티스토리 툴바


2011년, 정신없다...

일상 2011/07/12 12:36

지지난주에 또 베란다 물이 샌다고 아랫집에서 연락. 아랫집 아주머니는 정말 서방 셋을 줄줄이 앞세워보낸 듯한 얼굴로 짜증 만빵인 말투로 말을 해서 보기만 해도 스트레스 돋는다. 말끝마다 '남편이 이러래요~ 이러면 남편한테 혼나요~' 소리를 달고 살아서 남편한테 맞고 사나 싶을 정도. 그래도 우리 집 베란다 방수층도 깨진거니 공사는 했다. 이래저래 해결이 되었나보다 할 무렵 다시 아랫집에서 전화해서 물이 샌다고. 나도 지쳐서

"저는 봐도 모르겠고 공사한 분 전화번호를 가르쳐 드릴게요. 직접 통화해 보세요."

그랬더니 아주 당당하고 짜증어린 말투로

"그집에서 전화해 주셔야죠~"

뭐이 씨발년아? 아랫집 사는 게 유세냐? 소리가 목까지 튀어나올 뻔했는데 차마 그럴 수는 없고 '네?' 하고 화를 다스리느라 잠시 말이 없었더니 그쪽에서도 이건 자기가 좀 실수했다 싶었던지

"알았어요. 그럼 번호 알려주세요."

하고 역시 짜증어린 목소리로 말한다. 그런데 그 다음 계속 비가 와서 뭘 어쩔 수도 없는 형편.

정식은 아니고 아는 분이 봐 주신 점에는 2012년부터 운이 편다던데, 마지막 고비를 아주 험하게 넘기나보다. 얼른 2012년이 와라....라고 하고 싶지만 2012년이 오려면 밀린 마감을 마구 해치워야겠지.
저작자 표시
Posted by 동굴아저씨

근황-고양이

일상 2011/05/15 07:12

아미가 아팠다. 건강하게 키우고 싶다는 욕심에 세 녀석 다 살이 너무 찐 것 같아 생식을 주문했다. 생식으로 바꾸면 초기에 잘 안 먹는 거 아니까 좀 굶어도 그러려니 하고 놔두었다. 그런데 오월이 치리는 그럭저럭 생식을 먹었는데 아미는 점점 자는 시간이 늘어나고 그 좋아하는 쥐를 흔들어주어도 반응을 하지 않았다. 안되겠다 싶어서 항복하고 건사료로 바꾸어 주어도 입에 대지 않았다. 저번에 중성화수술을 하고 밥을 한참 안 먹을 때 사서 먹였던 처방사료 캔을 사서 입에 대 주었는데도 고개를 돌려버린다. 그 싫어하는 케이지에 집어넣는데도 반항을 할 힘이 없는지 가만 있다. 마음이 급해서 동네 동물병원에 달려갔더니, 피검사를 해보고 자기네 병원에서 할 수 있는 처치범위를 넘은 것 같다면서 2차병원을 소개해 주었다.

간 수치가 위험할 정도로 높이 올라가 있다고 했다. 0-0.3 사이여야 정상인 수치가 9가 넘을 정도로 올라갔으니. 집에서 어찌 하기는 힘들고 병원에 입원시켜야 하는데, 동물병원 하루 입원비는 10-15만원 정도 들 거라고 했다. 그때그때 필요한 검사와 처치비를 합하면 더 든다는 얘기. 하지만 병원에 맡기지 않으면 집에서 하루하루 죽어가는 모습을 봐야 한다. 그렇게는 못하겠더라.

테드 치앙 여친과 이야기할 때 고양이 육아종 수술하는 데 20만원 들었다고 투덜거렸던 응보를 받나보다. 결국 꼬박 200만원 채우고 한 10만원쯤 우수리를 붙인 돈이 들 무렵 진료 종료를 했다. 동물은 보험이 없으니 내가 다 감당해야 한다. 게다가 아미 이것은 마음 쓰이게시리 하루종일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구석에 힘없는 눈으로 처박혀 있다가 내가 올 때만 반응을 보이고 야옹거렸다. 의사가 '고양이는 보통 입원하면 낯선 곳에 온 스트레스 때문에 얼음 상태에 빠져서 보호자들이 와도 반응을 안한다. 그래서 보호자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은데 얘는 참 드물다'고 할 정도였다. 내가 가면 그나마 기운을 낸다니 매일 병문안을 꼬박꼬박 가 뵐밖에 -0- 치사랑보다 내리사랑이라고, 물론 거리가 가깝고 교통편이 편하기도 했지만 할머니 병문안보다 고양이 병문안을 더 많이 갔던 것 같다. 얼마 후 병원에서 할 만한 일은 다 했으니 집에 가서 밥 먹는게 중요하다고 해서 퇴원했다. 그 다음에도 사나흘 밥을 안 먹여서 하루에 여섯 번씩 주사기로 코에 유동사료를 흘려주며 애를 태웠다. 마침내 자기 입으로 사료를 먹었을 때는 기쁜 마음에 얼마나 먹었는지 사료 알수를 셀 지경이었다(새벽 세시에 열네알 먹었다). 그 다음에 고양이 밥 먹고 물 먹는 소리가 그렇게 이쁜 줄 처음 알았다.

죽다 살아난 후 아미는 전보다 더 친한 척을 한다. 그래도 그넘의 생식이 아까워서 -_- 얼마 전 다시 그릇에 조금 줘봤더니, 약간 발효(?)한 듯 사람 코에는 묘하게 찌르는 듯한 냄새가 나는데 오월이랑 치리는 훨씬 거부감 없이 먹어서 좀 놀랐다. 아미는 이제 겁이 나서 못 주겠고;; 오월이랑 치리라도 좀 더 먹여 볼까.

오늘 낮에 오월이가 문 열린 옆집에 들어가는 바람에 혼을 냈다. 옆집 여자애가 고양이를 싫어하는지 어쩌다 고양이가 들어가면 얼굴 한번 제대로 본 적도 없는 기집애가 '아줌마 빨리 데리고 나가요!' 하고 신경질을 부린다. 넌 고양이가 싫을지 모르지만 난 니가 싫구나. 뭐 그렇다고 '알았다 이 싸가지 없는 계집년아' 하고 대답할 순 없으니(그러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지만 ^^;) 그냥 오월이를 데리고 와서 혼냈더니 삐졌다. 쓰다듬으면 도망가고 안으면 몸을 빼친다. 한참 후 의자 위에서 몸을 말고 자다가 잠꼬대를 하기에 쓰다듬어 줬더니 퍼뜩 깨서 고릉거리며 코를 비벼댄다. 나름 엄마랑 화해했나보다. ^^


저작자 표시
Posted by 동굴아저씨
무라카미 하루키가 옴 진리교 사린사건 피해자들을 인터뷰한 책이 <UNDERGROUND>, 1년 후 옴 진리교 전/현 신자들을 인터뷰한 책이 <약속된 장소에서>다. 

언더그라운드.2:약속된장소에서 상세보기

솔직히 내가 무라카미 하루키 책을 재미있게 볼 줄은 몰랐다. 20년 전 친구의 권유로 손에 잡았지만 뭔가 감흥을 느끼는 데는 번번이 실패, 그나마 단편 쪽이 좀 더 재미있고 에세이는 느끼한 대로 견딜 수는 있다...는 정도였다. 그러나 <UNDERGROUND>와 <약속된 장소에서>는 재미있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현실 사건과 현실의 인물에서 나오는 힘이 있고, 인터뷰어/작가의 절제된 태도가 편했다. 

비교하자면 <약속된 장소에서>가 더 재미있다. 역시 극단적인 폭력은 피해자 뿐만 아니라 가해자(에 동참한 사람들) 편에도 정신적인 상처를 남긴다는 것을 다시 실감했다. 2차대전 패전 후 독일인들이 그러했듯이. 80년 광주에 투입되었던 군인들이 그러했듯이. 

또, <약속된 장소에서>를 보면서 느낀 것은, 우리 사회에 정말 '영적인 면에 민감한 사람들'이 발붙일 곳이 없구나 하는 느낌. 솔직히 이미 세속화될 만큼 세속화된 제도 종교에서 성스럽고 영적인 부분을 찾는다는 것은 남들보다 영적으로 더 예민하고 내성적인 사람들에게는 힘든 일이겠다 싶었다. 전근대 사회에서는 샤머니즘이나 기인/은둔자에게 허용된 부분, 그 부분을 통해 그런 사람들은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현대 사회에서는 그런 부분이 없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은 신흥 종교를 찾아간다. 우리 사회는 성스러운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생활'하게 해 주지 않는다. 


그녀와 얘기를 나누다보면, 이 사람에게 옴진리교가 이상적인 '그릇'이었다는 것을 납득하게 된다. 분명 '현세'에서 살아가는 것보다는 교단에 들어가서 수행하는 편이 이 사람으로서는 훨씬 행복했을 것이다. 현세의 그 무엇에서도 전혀 가치를 발견할 수 없었고, 자기 안의 정신세계를 추구하는 것 외에는 거의 흥미가 없었다. (중략)...너나 할 것 없이 모든 사람이 굳이 '현세'에서 부대끼며 절박하게 살아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후략)

                                                        간다 미유키 인터뷰 중에서. <약속된 장소에서>(문학동네) 144-145쪽.

 
그런 느낌이 제일 집약된 것이 역시 간다 미유키 인터뷰였다. 이 사람 인터뷰는 이 책 전체에서 가장 독특하다. 다른 사람들의 인터뷰는 '옴 진리교 사린사건'이라는 것에 충격도 받고, 흔들리기도 하고, 괴로워하고 그러면서도 진지하게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일관성을 구축해 나가려는 현실적인 인간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런데 이 간다 미유키 씨의 인터뷰는 어딘가 반쯤 눈을 피안에 두고 있는 사람의 인터뷰 같다. 진지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성실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마음의 절반은 다른 세계를 들여다보고 있는 듯하다는 느낌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매우 현실적인 사람이고 영적인 세계 같은 것에는 관심도 없고 취향도 맞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구조적으로 배제되는 사회, 그런 사람들이 전혀 삶에 대한 만족감을 느낄 수 없는 사회라면 이건 좀 문제가 있지 않나 싶었다. <플레즌트빌>의 색채 없는 세계만큼이나, 온갖 색채는 가득차 있는데 무채색과 침묵의 공간이 없는 세계도 끔찍하다. '옴 진리교 사린사건'은 '영적인 인간들을 배제하는 구조'에 대한 세계의 일그러진 반동이었을지도 모른다.  
저작자 표시
Posted by 동굴아저씨